■ 우리 주위에도 사이코패스가 있다고요?
사이코패스 전문가 폴 바비악과 로버트 헤어는 친절하고 상냥한 얼굴을 하고 남들을 공격할 틈을 노리는 사이코패스들의 가면 속 모습을 파헤치는 책을 썼습니다. 원제는 <양복 입은 뱀(Snake in Suits)>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2007), <당신 옆에 사이코패스가 있다>(2017)라는 제목으로 출판됐습니다.
주저자인 폴 바비악은 산업조직심리학 전문가로서 유능한 직장인과 사이코패스를 변별하는 "비 스캔"이라는 도구를 개발했고, 공저자인 로버트 헤어는 범죄심리학의 대가로 FBI에서도 사용하는 사이코패스 진단 표준 도구 PCL-R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 사이코패스의 접근 단계
저자들은 사이코패스의 특성, 행동양식, 인지구조를 세세하게 파헤치는데요, 사이코패스의 접근 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합니다. 평가하기, 조종하기, 버리기가 그 단계입니다.
첫 번째 평가하기는 희생양으로 삼을 상대가 어떤 이용 가치가 있는지 재보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면 친절한 미소를 띠고, 공감을 격하게 표현하며 다가선다고 합니다.
두 번째 조종하기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그들에게 제대로 마음을 열었을 때 화려한 말솜씨와 그럴듯한 미끼로 사람들을 조종합니다.
세 번째는 냉정하게 버리기 단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버려진 사람들은 사이코패스에게 당했다는 것을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을 옹호하거나 칭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즉 사이코패스들은 피해자들이 자기가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심리적인 조종을 한다는 것입니다.
■ 임원진 중에도 사이코패스가?!
바비악과 헤어는 이후 7개 기업 임원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행히 기업체 임원의 대다수가 사이코패스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최고 점수가 40점인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대다수는 2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지극히 정상이죠.
그런데 22점 이상을 받아 '잠재적'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는 사람이 12명(6%)으로 나타났습니다. 30점 이상을 받으면 '확실한'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도 8명(4%)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심각한 결과냐고요? 감옥에 들어가 있는 남성 범죄자 평균이 22점이라고 합니다. 일반인의 경우 30점 이상이 500명 당 1명 꼴로 나타나는데, 연구에 참여한 기업 임원들의 경우에는 25명 당 1명 꼴로 나타난 겁니다. 일반인 대비 20배 많은 숫자인 셈이죠! 다른 연구에서는 일반인 집단에서 사이코패스가 100명 당 1명 나타난다고 했는데요, 이와 대비하면 4명 당 1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기는 합니다.
■ 사이코패스가 많은 10대 직업
한편 영국의 심리학자 케빈 더튼은 사이코패스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뇌과학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원제: The Wisdom of Psychopaths)>를 썼습니다. 좀 논란이 되기도 하겠지만, 스티브 잡스, 한니발 렉터, 심지어 기독교의 사도 바울에게서도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발견해 내기도 합니다.
아무튼, 더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가 가장 많은 10대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